1960년대, 심리학자인 로버트 자이언스 Robert Zajonc는 여러 심리학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자이언스는 한 중학교의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칠판 한구석에 도안, 영문 단어, 한자, 그림, 사람 그림, 기하학적인 도형, 기타 무의미한 기호들을 포함한 몇몇 이상한 부호들을 써놓았다. 이 부호들과 그림들은 칠판 구석에 계속 그려져 있었고 반 학생들은 매일 수업 때마다 이 그림들을 언뜻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 의미를 알지 못했고 선생님 역시 알려 주지 않았다. 오랫동안 학생들은 이 부호들을 어떤 장식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이 이상한 부호와 그림들은 계속 규칙적으로 바뀌어 갔다. 어떤 기호는 단 한 번만 나왔고, 어떤 기호는 25번 넘게 나오기도 했다. 학기 말, 자이언스는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나눠 주었다. 설문지에는 칠판에 있었던 이상한 기호들이 모두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모든 부호의 만족도를 실시했다. 통계 결과, 칠판 위에 쓰여있던 단어의 출현 횟수가 잦을수록,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이언스의 이 실험은 '익숙하지 않은 사물을 여러 번 보여 줄수록 사람들이 그 사물에 대해 다른 사물보다 좋은 평가를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심리학상, 이런 현상을 '단순 노출 효과' 또는 '노출 효과'라고 부른다. 통속적으로 말하면, 단순 노출 효과는 익숙한 사물에 대한 우리의 선호도를 말한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영향을 미치는데, 노출 효과는 우리가 그동안 은근히 인식했던 하나의 겨 교류 법칙을 증명한다. 서로 가까워지며 자주 만나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우리는 모두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을것이다. 한때 허물없이 지내던 친구가 전학 혹은 이사 후 거리가 멀어지면, 전화나 편지로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몇 년 후 다시 만났을 때 서로 아주 낯설어한다. 심지어 사귄 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은 친구보다도 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은 결코 우정이 시간의 시련을 견지디 못한 것이 아니며 친밀도가 거리의 시련을 견디지 못한 것도 아니다. 관계가 친밀할수록 더욱 낯설어지는데 이는 단순 노출 효과에서 오는 영향 때문이다. 사실상 자이언스의 단순 노출 효과 실험은 모두 인간관계와 관련되어 있다. 자이언스는 12장의 사진을 무작위로 6개의 묶음으로 나눈 후 피실험자들에게 보여 줬다. 첫 번째 묶음의 사진은 한 번 보여줬고, 두 번째 묶음의 사진은 두 번, 세 번째 묶음은 다섯 번, 네 번째 묶음은 열 번, 다섯 번째 묶음은 스물다섯 번, 그리고 여섯 번째 묶음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12장의 사진 모두를 보여주며 피실험자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사진을 배열하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12장의 사진에 대한 호감도는 그들이 사진을 봇 횟수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심리학적으로 해석해 보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는' 심리 본능이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교류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교류 거리는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정도가 깊어진다. 또한 이해 정도가 깊어지면서 교류에서 오는 친밀도가 높아지며 커뮤니케이션에 드는 비용은 줄어든다. 다시 말해 익숙한 사람과 교류하는 것은 낯선 사람과의 교류보다 더 수월하고, 이것이 관계를 맺는 원시적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에게 호감을 사고 싶다면 자주 만나라. 자기 폐쇄적인 사람 혹은 타인을 만나면 피하거나 움츠러드는 사람은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확률이 낮다. 그리고 친밀성은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다고 해서 반드시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며 평소에 정성을 들이고, 자주 만나 사귀어야 우정의 나무는 비로소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다. 당연히 단순 노출 효과에는 '초두 효과'가 잘 발휘되어야 하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만약 좋은 첫인상을 남기지 못하면 만나면 만날수록 서로 점점 귀찮아지면서 멀어질 것이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엉덩방아 효과 (0) | 2020.07.15 |
---|---|
개변 효과 (0) | 2020.07.15 |
애런슨 효과 Aronson Effect (0) | 2020.07.13 |
서로를 좋아하는 법칙 (0) | 2020.07.12 |
자존감 효과 (0) | 2020.07.02 |